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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이론과 게임이론, 26조 원으로 사교육 시장이 커진 이유.

화별마 2023. 7. 5. 17:40

강남 학원 이미지

 

기대이론과 게임이론, 26조 원으로 사교육 시장이 커진 이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문제를 수능시험에 출제해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능시험과 사교육 문제가 큰 이슈로 부상했다.

 

대통령의 발언과 교육부의 후속 조치의 핵심은 수능의 정상화’... 공교육 교과과정에 없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해서 야기되는 불안한 심리가 사교육 시장으로 진입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는 당연하다고 찬성을 했고,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능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기에 단계적으로 추진해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학입학 전형은 각 대학이 자신의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 따라서 원칙적으로 학생 선발권은 각 대학에 있지만, 대학 서열화 조장과 더 좋은 대학으로 입학을 원하는 현상 때문에 정부가 수능시험을 통해 관리한다.

 

수능시험은 1954학년도에 처음 대학입학 국가 연합고사를 실시한 이래, 1962~1968학년도에는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로, 1969~1981학년도에는 대학입학 예비고사로 그리고 1982~1993학년도에는 대학 입학 학력고사로 바뀌었다가 1994학년도부터는 대학수학 능력시험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어 왔다.

 

이렇게 30여 년간 운영된 수능시험은 출제와 채점 오류 논란, 물수능 또는 불수능 같이 난이도 문제로 비판을 받았고 또 역대 정부는 수능을 교육정책의 도구로 생각, 많은 간섭을 하는 바람에 본래의 목적이 변질되어 버린 상황이다. 이번 대통령의 사교육 시장과 킬러 문항 언급도 이런 비판과 지적에 대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수능에 킬러 문항이 포함된 걸까? 평범한 문항만으로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의 실력을 판별하기 어려워 킬러 문항으로 등수를 정하려고 했기 때문... 사실 수험생을 대상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법 중 킬러 문항 출제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적대로 킬러 문항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아가는 근본 이유다. 그래서 교육부가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은 확실히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

 

사교육은 더 높은 성적을 얻거나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교 밖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노력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있어 공평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 지난해에는 26조 원의 대규모 교육 시장으로 커져 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명문 대학이나 인기 학과에 입학하면 졸업 후 고소득 유망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류 대학의 입학을 엄청난 가치로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이 커진 것...

 

또 하나, 성적 향상으로 명문대 진학이라는 기대와 남들이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사교육을 선택하기 때문에 규모가 점점 커진 상황에서 카르텔이 되어버린 사교육업체의 부추김도 한 몫했다.

 

기대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여러 가지 대안 중 자신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대안을 선택하는데, 사교육의 경우, 수능 성적을 높여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기대를 크게 만들고, 그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동기를 유발하는 힘이 다른 어떤 대안보다 훨씬 크다.

 

게임이론 측면에서 보자면 합리적 의사결정자들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쟁적 게임 상황에서는 상호의존적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3분의 1 이상은 사교육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은 상호의존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 다른 학부모가 사교육에 참여하는 행위를 보고 본인의 합리적 선택도 사교육 참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부터 공교육이 내실화되면 사교육비가 경감될 것이라는 전제로 많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추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입시 제도 개선과 학원 규제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책도 마찬가지... 그 결과 사교육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사교육은 죽지 않는다고 호언한다.

 

이번 정부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런 대책들이 성과를 내려면, 먼저 우리 사회의 학력주의 가치관과 학생 및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해소할 수 방안을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에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을 측정하지 못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짧은 시간 내에 실수하지 않고 푸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금의 수능시험도 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학생 능력을 평가하려면 무엇보다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개혁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