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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그는 왜 스스로 물러났을까?

화별마 2023. 9. 17. 12:07

교황 베네딕토 16세 사진

교황 베네딕토 16, 그는 왜 스스로 물러났을까?

 

2013211, 바티칸발 뉴스로 인해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는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령화로 퇴위를 전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


가톨릭교회 법전 3322항을 보면 교황의 자진 퇴위는 원칙적으로 가능했지만, 신의 대리자로서 맡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관습적으로는 종신직으로 생각했다.

물론 2천여 년에 걸친 로마 가톨릭의 역사에서 드물지만, 교황이 강제로 퇴위당하거나 스스로 퇴위한 전례가 있었다. 기록상 처음 사임한 교황은 235년 폰티아노스... 심지어 교회의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에는 2명 또는 3명의 교황이 동시에 재임했던 때도 있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즉위 당시에도 78세의 고령으로 10년 가까이 심장 박동 조절기를 사용해 왔을 정도로 건강 상태까지 좋지 않아 과도기 교황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렇지만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에 벌어진 교황의 자진 퇴임은 충격 그 자체였다.

베네딕토 16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로 추기경 시절 교황청의 신앙 교리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강력한 보수적 교리 해석으로 신의 로트와일러(독일산 맹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동성애나 이혼, 낙태, 피임, 복제 기술 등을 전통적 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등을 강력히 반대했다.

1927년생인 그는 10대 시절 독일의 나치 청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한 전력도 있으며 뮌헨 대주교를 거쳐 1977년에 추기경이 된다.

그 후 베네딕토 16세는 약 8년의 재임 기간 내내 지나치게 보수적인 행보와 현실 인식으로 논란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힌 것은 20121월에 벌어진 바티리스크(바티칸과 위키리스크의 합성어) 사건이었다.

 

방송 언론인 지안루이지 누치가 교황청 내부 인사로부터 받은 교황의 개인 문서와 편지 등을 공개했는데, 이 문서와 편지에는 교황청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리를 베네딕토 16세에게 보고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의 오른팔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당시 바티칸 국무원장) 추기경 측근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들이 교황청 이름으로 맺은 각종 계약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한 편지였다.


또 이탈리아인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하면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새 교황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정보를 보고한 편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6월에는 에토레 고티 테데시 바티칸 은행장이 이사회에서 전격 해임된다.

2009,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에서 바티칸 은행으로 스카우트 되었던 테데시는 한때 교황과 책을 집필했을 정도로 신앙심이 매우 깊은 인물로 바티칸 은행의 고질적인 폐쇄성을 깨뜨리고 투명성을 위해 애써왔다.


일각에서는 테데시가 바티칸 은행의 개혁을 추진하자 보수적인 이사회가 제동을 걸었다며 교황의 권위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더해 교황청 경찰이 교황의 개인 집사인 파울로 가브리엘레를 문서 유출 혐의로 전격 체포하는데, 조사 결과 그의 집에서 교황 서재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 분명한 문서와 다수의 편지가 나오면서 언론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즉위하면서 약속했던 바티칸 조직의 개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장악력을 상실한 상황임을 드러내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위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베네딕토 16세는 퇴위 후 명예 교황이라는 칭호를 받고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다가 201212월 선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