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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 사람과 그 배경은?

화별마 2023. 11. 29. 11:36

모짜르트 이미지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 사람과 그 배경은?

 

누가 처음으로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렀을까? 사실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 사람은 바로 모차르트다.

 

이 말은 모차르트가 고트프리트 판 스비텐 남작이라는 당시 외교관이자 음악후원자였던 사람에게 한 말...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차르트는 바흐는 아버지고, 우리는 모두 그의 아이들이에요라고 했다.

 

그렇다면 모차르트는 어떤 바흐를 향해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 것일까?

 

이름이 바흐라는 사람은 여러 명인데, 바흐는 독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성이었고 더군다나 이 성을 가진 사람 중에는 시에 소속된 음악 담당 공무원이었던 도시 음악가들이 많았다.

 

당시 도시 음악가의 지위는 시험이나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닌 세습하는 것이어서 더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 S. 바흐)1685년에 태어나 1750년에 세상을 떠났다그는 두 번 결혼해서 스무 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중 네 명의 딸과 여섯 명의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 있었다.

 

그중 3명은 당대에 아주 유명한 작곡가였는데, 첫째 부인의 아들 빌헬름 프리드만 바흐(W. F. 바흐)와 카를 필리프 에마뉴엘 바흐(C. P. E. 바흐) 그리고 2번째 부인의 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 C. 바흐).

 

3명의 작곡가는 18세기 중반 작곡가로서 아버지 바흐보다 더 유명했는데, 아버지 바흐는 생전에 오르가니스트로 더 유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1756년에 태어나 1791년에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가 도대체 어느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말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밝혀진 사실은 모차르트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사람은 아버지 바흐가 아닌 둘째 아들 C. P. E. 바흐로 18세기 중반 유럽에서는 아버지 바흐보다 훨씬 더 유명한 작곡가였다.

 

또 모차르트가 평생 자신의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런던에서 여덟 살 때 만나 레슨을 받았던 둘째 부인의 아들 J. C. 바흐...

 

아버지의 음악과 아들의 음악은 각기 다른 세대와 다른 유행을 반영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음악은 바로크 시기의 가장 화려한 마지막 시대 유행을 반영했다.

 

반면 아들들의 음악은 바로크의 화려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어려운 음악을 벗어나 단순하고 자연스럽고 쉽게 이해되는 새로운 경향(고전주의)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아버지 바흐와 아들 바흐의 음악 양식은 다른 셈... 아버지 바흐의 음악은 프랑스 음악과 이탈리아 음악 그리고 독일의 전통을 결합한 국제적 양식에 기초하고 있었지만, 아들 바흐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고전주의 시대 이후 독일어권 지역에서는 음악 대부흥이 일어난다. 바흐의 아들에 이어 하이든, 모차르트가 이들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그 뒤에 베토벤과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이 등장한다.

 

이어서 바그너와 브람스, 부르크너 그리고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에 이르기까지 독일어권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뛰어난 작곡가들이 나타난 것...

 

이렇게 위대한 18~19세기 독일 음악의 뿌리를 아버지 바흐라고 한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악을 독일 전통과 결합시킨 위대한 독일인의 창조성 위에 세워진 것이 된다.

 

하지만 이런 전통이 이탈리아 음악에 뿌리를 둔 것이라면 위대한 18~19세기 독일 음악의 전통은 사실상 이탈리아 음악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모차르트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른 사람이 아들 ‘C. P. E. 바흐였다고 알려지지 않고 그냥 바흐라고 알려진 이유가 이런 까닭이다.

 

만약 C. P. E. 바흐라고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 뒤에 등장하는 위대한 독일 음악 전통이 훼손되고 오랫동안 유럽 음악사의 변방에 머물렀던 과거가 드러나기 때문...

 

그래서 그냥 음악의 아버지 바흐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아들 바흐보다는 아버지 바흐가 연상되었고 그것이 굳어져 아버지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